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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026년 08월 18일·4분 분량·원자료 직접 집계

조선의 지진 1,764건 — 왕은 땅이 흔들리면 정승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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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 태조부터 철종까지 35만 기사, 6,100만 자. 이 가운데 땅이 흔들렸다고 적은 기사가 천칠백육십네 건이었습니다. 기사 만 건당 지진 기사를 세어 보면 16세기는 111.9건, 19세기는 2.7건. 마흔한 배 차이입니다.

숫자로 먼저

항목값
1,764
헌종 1건 · 철종0건
헌종 15년 기사 3,987건 — 세종의 8분의1

여는 숫자

G001_01.jpg

천칠백육십사. 조선왕조실록 전체에서 지진을 적은 기사의 수입니다.

세어 본 것은 실록 원문 파일 전부입니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35만 기사, 6,100만 자. 이 가운데 땅이 흔들렸다고 적은 기사가 천칠백육십네 건이었습니다.

어떻게 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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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손봐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실록에는 같은 시대를 두 번 쓴 판본이 다섯 쌍 있습니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처럼요.

그대로 세면 같은 지진이 두 번 잡힙니다. 그래서 정본만 남기고 34만 팔천구백스물다섯 기사를 셌습니다.

지진은 16세기에 몰려 있다

G004_01.jpg

그런데 이 천칠백여 건이 500년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았습니다.

기사 만 건당 지진 기사를 세어 보면 16세기는 111.9건, 19세기는 2.7건. 마흔한 배 차이입니다.

가장 많은 임금은 중종, 사백육십두 건. 그다음이 명종, 삼백서른여덟 건입니다. 명종 20년, 서기 1,565년 한 해에만 아흔다섯 건이 적혔습니다.

그해 기사를 열어 보면 함경도 삼수, 황해도 해주, 경상도 남해, 평안도 가산. 지방에서 올라온 보고가 한 줄씩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땅이 흔들렸다는 소식이 조정까지 올라와 사관의 붓에 닿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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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년, 한양이 흔들린 밤

G001_01.jpg
昨夕京師地震 有聲如雷 墻屋壓毁

— 어제저녁 서울에 지진이 나 우레 같은 소리가 나고 담과 집이 무너졌다

*중종실록 · 중종 13년 5월 16일 · wka_11305016_005*

기록이 가장 생생한 날은 중종 13년, 서기 1,518년 5월 보름밤입니다.

사헌부가 올린 글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어제저녁 서울에 지진이 나 우레 같은 소리가 나고, 담과 집이 무너지고, 사람과 가축이 놀라 흩어진 것이 다섯 차례였다.

우의정 안당은 그날 밤 땅이 네 번 흔들렸으며 예로부터 없던 변고라고 했습니다. 중종 자신도 잠들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해 한 해 지진 기사는 마흔한 건이었습니다.

다음 날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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臣請解職

— 영의정 정광필 — 신의 직을 풀어 주소서

*중종실록 · 중종 13년 5월 16일 · wka_11305016_003*

여기서부터가 이 숫자의 진짜 뜻입니다.

지진 다음 날, 영의정 정광필이 사직을 청했습니다. 재변이 큰 것은 자신이 정치를 고르게 하지 못한 탓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우의정 안당도 같은 날 물러나기를 청했습니다.

조선에서 지진은 재난이 아니라 경고였습니다. 땅은 음이고 신하이며, 그것이 흔들렸다는 것은 신하가 잘못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중종은 그날 신하 스물여섯 명을 불러 놓고, 이 변고는 음이 성하고 양이 약해서라고 말합니다. 음은 소인이고 양은 군자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지진 보고가 곧바로 인사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땅이 흔들리면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19세기, 지진이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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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숫자가 이상합니다. 19세기에 지진 기사는 일곱 건. 헌종 15년 동안 한 건, 철종 14년 동안 영 건입니다.

조선 후기에 지진이 멈춘 것일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 실록 자체가 얇아졌기 때문입니다. 헌종실록은 15년 치가 4천 기사가 채 안 됩니다. 세종실록의 팔분의 일입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그러니 이 그래프는 조선의 지진을 그린 것이 아니라, 조선이 지진을 적는 방식을 그린 것입니다.

땅이 조용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어 두던 사람들이 줄었습니다. 숫자를 셀 때 남는 마지막 질문은 언제나 같습니다. 이 기록은 누가, 무엇을 위해 남겼는가.

집계에 쓴 자료와 방법은 설명란에 적어 두었습니다.

출처

조선왕조실록 · 헌종실록 · 세종실록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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