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안 2,837건 — 의원이 내면 6%, 위원장이 내면 98%
한눈에 — 법안 이름에 부동산, 주택, 임대차, 재건축, 분양 같은 말이 들어간 법률안은 제15대 이후 2,837건입니다. 나머지 2,453건이 어떻게 됐는지가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여는 말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 가운데 부동산만 따로 떼어 세어 봤습니다. 법안 이름에 부동산, 주택, 임대차, 재건축, 분양 같은 말이 들어간 법률안은 제15대 이후 2,837건입니다. 이 가운데 법이 된 것은 384건, 13.5퍼센트입니다. 나머지 2,453건이 어떻게 됐는지가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법안이 쏟아진다

먼저 발의 시점입니다. 연도별로 세어보면 특정 해에 몰려 있습니다. 2020년 229건, 2021년 250건. 20년 통틀어 가장 많았던 두 해입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고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나오던 시기입니다. 2013년에도 140건으로 한 번 뛰었고, 2025년에도 221건이 발의됐습니다. 집값이 오르고 정책 논쟁이 커지면 법안 수가 따라 오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2021년에 발의된 250건 가운데 법이 된 것은 25건이었습니다.
발의는 20배, 통과율은 5분의 1

대수별로 보겠습니다. 제15대 국회에서 부동산 법안은 39건 발의됐고, 그중 23건이 통과됐습니다. 가결률 59퍼센트입니다. 제21대에서는 789건이 발의됐고 83건이 통과됐습니다. 10.5퍼센트입니다. 지금 제22대는 488건 가운데 25건, 5.1퍼센트입니다. 발의는 20배로 늘었는데 통과 비율은 그 반대로 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전체 법안에서도 똑같이 보이는 흐름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에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누가 냈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같은 부동산 법안이라도 누가 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립니다. 의원이 낸 2,541건 가운데 통과된 것은 147건, 5.8퍼센트입니다. 정부가 낸 110건 가운데는 55건, 50퍼센트가 통과됐습니다. 그리고 상임위원장 이름으로 낸 186건 가운데 182건이 통과됐습니다. 97.8퍼센트입니다. 스무 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이 숫자만 보면 이상해 보이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위원장 법안의 정체

위원장 발의는 새 법안이 아닙니다. 상임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의 의원 법안 여러 건을 심사한 뒤 하나로 묶어 내놓는 것을 대안이라고 합니다. 이 대안이 위원장 이름으로 올라가고, 원래 법안들은 대안반영폐기로 기록됩니다. 부동산 법안 중 이렇게 처리된 것이 693건, 전체의 24퍼센트입니다. 그러니까 폐기라고 적혀 있어도 내용은 살아남은 경우가 넷 중 하나꼴로 있습니다. 법안 통과율만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면 이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도 남는 숫자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부동산 법안 2,837건 가운데 1,196건, 42퍼센트는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대안에도 담기지 못하고, 표결도 받지 못한 채 임기가 끝난 법안들입니다. 제21대에서만 468건입니다. 집값을 두고 벌어진 논쟁의 상당 부분은 법이 되지도, 부결되지도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부동산 법안 2,837건이 남긴 결과입니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열린국회정보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