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에 한 번이라던 비, 작년엔 16곳에 내렸다
여는 말

지난 주말 경남 거제에 비가 내렸습니다. 한 시간에 124.5밀리미터. 기상청은 이걸 2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비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통영에도 시간당 97.4밀리미터가 쏟아졌고, 이건 100년에 한 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200년에 한 번, 1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을 우리는 요즘 거의 해마다 듣습니다. 오늘은 이 표현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간당 124.5밀리미터

먼저 이번 비가 어느 정도였는지 보겠습니다. 8월 17일 거제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24.5밀리미터였습니다. 한 시간 만에 12센티미터가 넘게 쌓인 겁니다. 하루 전체로는 654밀리미터가 내렸는데,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가장 많은 하루 강수량입니다. 사흘간 누적으로는 거제 968밀리미터, 통영 778밀리미터였습니다. 서울의 한 해 강수량이 보통 1300밀리미터 안팎이니, 사흘 만에 일 년 치의 3분의 2 이상이 쏟아진 셈입니다.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의 뜻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부터 정확히 짚겠습니다. 이건 200년마다 한 번씩 규칙적으로 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한 지점에서, 어느 해에 그만한 비가 내릴 확률이 200분의 1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왔다고 해서 199년 동안 안 오는 게 아닙니다. 내년에도 확률은 똑같이 200분의 1입니다. 게다가 그 확률 자체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간당 50밀리미터가 넘는 집중호우를 보면, 1970년대에는 10년 동안 열 번 기록됐습니다. 연평균 한 번입니다. 그런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에는 서른한 번이었습니다. 연평균 다섯 번이 넘습니다. 50년 사이에 다섯 배가 된 겁니다.
100년 빈도가 해마다 열다섯 곳

더 센 비도 보겠습니다. 시간당 100밀리미터 이상, 그러니까 보통 100년 빈도라고 부르는 비입니다. 2024년에는 전국 열여섯 곳에서 관측됐습니다. 2025년에는 열다섯 곳이었습니다. 한 지점만 놓고 보면 100년에 한 번이 맞습니다. 그런데 전국에 관측 지점이 수백 곳입니다. 그러니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매년 열 곳 넘게 나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1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이 주는 안심과, 실제로 매년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 사이에 이만큼 간격이 있습니다.
최근 3년의 기록

최근 3년만 꼽아 보겠습니다. 2024년 9월 전남 진도에서 시간당 112.2밀리미터. 2025년 7월 충남 서산에서 114.9밀리미터. 2025년 9월 전북 군산에서는 152.2밀리미터가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2026년 8월 거제가 124.5밀리미터입니다. 장소만 다를 뿐, 시간당 100밀리미터를 넘는 비는 이제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간 강수량으로는 안 보인다

여기서 이 채널이 늘 하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그럼 통계에는 이게 어떻게 찍혀 있을까요. 서울의 연간 강수량을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놓아 보겠습니다. 2010년과 2011년에 2000밀리미터를 넘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800밀리미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에 다시 1651밀리미터, 2022년에 1775밀리미터. 많은 해와 적은 해가 번갈아 올 뿐, 늘어나는 흐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간 강수량만 보면 비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나눠 봐도 마찬가지
그럼 비가 오는 날로 나눠서, 하루에 얼마나 세게 오는지를 보면 어떨까요. 연간 강수량을 강수일수로 나눈 값입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평균은 15.0밀리미터였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평균은 13.9밀리미터입니다. 오히려 조금 낮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해에 백 번 넘게 오는 비 전부를 평균 내면, 하루에 몰아친 몇 시간은 그 안에 묻혀 버립니다. 평균은 극단을 지웁니다.
정리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은 200년마다 온다는 뜻이 아니라 그 해에 올 확률이 200분의 1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그 확률 자체가 커졌습니다. 시간당 50밀리미터가 넘는 비는 50년 사이에 다섯 배가 됐고, 100밀리미터가 넘는 비는 전국에서 해마다 열다섯 곳쯤 나옵니다. 셋째, 그런데 연평균 강수량으로는 이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재난은 평균에서 오지 않습니다. 극단에서 옵니다. 그래서 어떤 지표를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평균을 보고 있으면, 매년 커지고 있는 위험을 못 보게 됩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한국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여는 말, 숫자로는 어떻게 되나요?
한 시간에 124.5밀리미터. 기상청은 이걸 2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비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간당 124.5밀리미터, 숫자로는 어떻게 되나요?
8월 17일 거제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24.5밀리미터였습니다. 한 시간 만에 12센티미터가 넘게 쌓인 겁니다.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의 뜻, 숫자로는 어떻게 되나요?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부터 정확히 짚겠습니다. 이건 200년마다 한 번씩 규칙적으로 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출처
기상청을 참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