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사에서 진범이 나왔다…그런데 그는 풀려났다
기록에 남은 말
| 대목 | 기록에 남은 말 |
|---|---|
| 반송정 아래에서 나온 시신 | 이제 반송정 아래에서 석산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
| "그것이 진짜인 줄 어찌 아느냐" | 무릇 사람이 죽으면 낯빛이 달라진다. 이른바 석산의 시신이라는 것이 진짜인 줄 어찌 아느냐 |
| 승지를 따로 보냈다 | 동부승지 이휘에게 명하여, 의금부와 함께 다시 검시하게 하였다 |
| 벽에 발라 둔 종이 | 바깥채에 피가 튀어 벽에 가득한데, 종이로 발라 두었다 |
| 창 구멍과 신발 한 짝 | 또 작은 쇠창을 얻어, 찔린 구멍마다 맞춰 보니 매우 잘 맞았다 |
| 어머니만 아는 자국 | 발뒤꿈치에 검붉은 자국이 있다 … 살펴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
| 명백합니다 | 그가 죽인 것이 매우 명백합니다 |
| 그런데 곧 풀려났습니다 | 그는 지위가 재상에 이르렀고 또 공이 있으니, 의심스럽다는 것만으로 가둘 수 없다 |
출전: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다시 보겠다는 말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을 다시 보겠다는 말이 요즘 자주 들립니다.
한 번 확인한 것을 또 확인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제도, 조선에는 이미 있었습니다. 이름은 복검. 다시 검사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1455년 겨울, 그 복검이 실제로 사건 하나를 통째로 뒤집었습니다.
반송정 아래에서 나온 시신

今得石山屍於盤松亭下
— 이제 반송정 아래에서 석산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今得石山屍於盤松亭下
— 이제 반송정 아래에서 석산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한양 서쪽 반송정 아래에서 시신 하나가 나왔습니다.
이석산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공신의 자손이었지요.
의금부가 임금에게 아룁니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달 그믐까지 잡아 고하는 자에게 큰 상을 주자고요.
상금까지 걸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사건과 같았습니다.
"그것이 진짜인 줄 어찌 아느냐"

大抵人死 則顔色變異 所謂石山屍 安知其眞耶
— 무릇 사람이 죽으면 낯빛이 달라진다. 이른바 석산의 시신이라는 것이 진짜인 줄 어찌 아느냐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大抵人死 則顔色變異 所謂石山屍 安知其眞耶
— 무릇 사람이 죽으면 낯빛이 달라진다. 이른바 석산의 시신이라는 것이 진짜인 줄 어찌 아느냐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그런데 임금이 걸렸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얼굴이 변하는데, 저것이 정말 그 사람이 맞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에는 이미 「석산의 시신」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확인이 끝났다는 뜻이지요.
임금은 그 확인을 믿지 않았습니다.
승지를 따로 보냈다

命同副承旨李徽 同本府覆檢
— 동부승지 이휘에게 명하여, 의금부와 함께 다시 검시하게 하였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命同副承旨李徽 同本府覆檢
— 동부승지 이휘에게 명하여, 의금부와 함께 다시 검시하게 하였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임금은 승지 이휘를 보냈습니다. 승지는 임금 곁에서 문서를 다루던 벼슬입니다.
먼저 조사한 의금부와 함께 가라고 했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다시 시켜 봐야 같은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밖에서 한 사람을 붙인 것입니다.
이것이 복검입니다.
벽에 발라 둔 종이

見外廳濺血滿壁 以紙塗之
— 바깥채에 피가 튀어 벽에 가득한데, 종이로 발라 두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見外廳濺血滿壁 以紙塗之
— 바깥채에 피가 튀어 벽에 가득한데, 종이로 발라 두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이휘는 시신을 살핀 뒤, 곧장 어느 집으로 갔습니다.
바깥채 벽에 피가 튀어 있었습니다. 그 위를 새 종이로 발라 놓았더군요.
닦아낸 자국도 있었습니다. 흙바닥은 한 겹 깎여 있었고, 그 위에 모래가 덮여 있었습니다.
무슨 피냐고 묻자 집 사람이 얼른 답했습니다. 말을 치료한 피라고요.
창 구멍과 신발 한 짝

又得小鐵槍 試諸槍刺之穴甚相合
— 또 작은 쇠창을 얻어, 찔린 구멍마다 맞춰 보니 매우 잘 맞았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又得小鐵槍 試諸槍刺之穴甚相合
— 또 작은 쇠창을 얻어, 찔린 구멍마다 맞춰 보니 매우 잘 맞았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그 집에서 작은 쇠창이 나왔습니다.
시신에 난 구멍에 하나하나 대어 보니 꼭 맞았습니다.
죽은 사람의 신발은 한 짝이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집 방석 밑에서 한 짝이 나왔습니다.
맞춰 보니, 없어진 바로 그 짝이었습니다.
어머니만 아는 자국
足跟有赤黑痕 … 驗之果然
— 발뒤꿈치에 검붉은 자국이 있다 … 살펴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足跟有赤黑痕 … 驗之果然
— 발뒤꿈치에 검붉은 자국이 있다 … 살펴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이휘는 죽은 사람의 어머니와 유모를 불렀습니다.
몸에 확인할 만한 데가 있느냐고 물었지요.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발뒤꿈치에 검붉은 자국이 있고, 앓고 난 뒤로 머리털이 다 빠졌다고요.
살펴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그제야 그 시신이 누구인지 확정된 것입니다.
명백합니다
其爲發所殺明甚
— 그가 죽인 것이 매우 명백합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其爲發所殺明甚
— 그가 죽인 것이 매우 명백합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이휘가 돌아와 아룁니다. 그가 죽인 것이 매우 명백하다고요.
집주인은 민발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벼슬이 재상에 이른 이였습니다.
가두고 문초하게 해 달라고 청했고, 임금은 그대로 따랐습니다.
한 사람을 더 보낸 것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곧 풀려났습니다
發位至宰相 且有原從之功 不可以疑似禁身
— 그는 지위가 재상에 이르렀고 또 공이 있으니, 의심스럽다는 것만으로 가둘 수 없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發位至宰相 且有原從之功 不可以疑似禁身
— 그는 지위가 재상에 이르렀고 또 공이 있으니, 의심스럽다는 것만으로 가둘 수 없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민발은 풀려났습니다.
지위가 재상에 이르렀고 공이 있으니, 의심만으로 가둘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승정원은 반대했습니다. 그가 공신이라 해도 죽은 사람 역시 공신의 자손이니, 죄를 덜어 줄 수 없다고요.
임금은 다시 찾아보라고만 했습니다.
이를 갈 뿐이었다
國人皆知發所爲 但切齒而已
—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가 한 일인 줄 알았으나, 이를 갈 뿐이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國人皆知發所爲 但切齒而已
—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가 한 일인 줄 알았으나, 이를 갈 뿐이었다
*세조실록 · 1455년 12월 16일*
실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가 한 일인 줄 알았으나, 이를 갈 뿐이었다고요.
뒷날 조선은 이 복검을 아예 법으로 굳혔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두 번 검시하게 했고, 초검과 복검이 어긋나면 사형을 못 시켰습니다.
한 번 더 보는 절차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남는 것
다만 이 사건이 남긴 것은 조금 다릅니다.
한 번 더 보게 하는 일과, 그렇게 본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였습니다.
절차는 진실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 진실을 어떻게 할지는 절차 바깥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할 때, 정작 어려운 쪽은 확인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록한국사 였습니다.
출처
- 세조실록 1권, 세조 1년 12월 16일 — 민발이 이석산의 살인범으로 지목되었으나 의심하여 다시 죄인을 찾게 하다
- 성종실록 — 초검·복검이 서로 다른 옥사의 처리 (1488년 8월 6일, 1490년 6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