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폐 문턱 내년 1월 300억, 338곳이 걸리는데 표결한 적은 없다
한눈에 — 올해 2월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을 빨리 내보내겠다는 방안을 냈습니다.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200억 원에 못 미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문턱이 올라갔습니다

주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요즘 상장폐지 이야기를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올해 2월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을 빨리 내보내겠다는 방안을 냈습니다. 그리고 7월 1일부터 실제로 돌고 있습니다.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200억 원에 못 미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내년 1월에는 이 문턱이 300억 원으로 올라갑니다. 원래는 재작년 계획대로면 2,028년에 갈 자리였는데, 여섯 달씩 앞당겼습니다.
쫓겨나는 순서

순서를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시가총액이 기준에 못 미치는 날이 삼십 거래일 이어지면 관리종목이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뒤 구십 거래일 안에 사십오 거래일을 연속으로 기준을 넘겨야 살아남습니다. 예전에는 열 거래일만 연속으로 넘기거나, 다 합쳐서 삼십 거래일만 채우면 됐습니다. 잠깐 주가를 띄워 빠져나가는 일이 있었고, 그걸 막으려고 조건을 바꿨습니다.
지금 세 가지가 함께 걸려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 기준에 못 미쳐 관리종목이 된 회사가 마흔여섯 곳입니다. 상장회사 세 곳은 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을 냈습니다. 시가총액 499억 원인 회사와 500억 원인 회사 사이에 무슨 실질적인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 그쪽 주장입니다. 거래소는 코스피 평균 시가총액이 17년 동안 일곱 배 넘게 늘었으니 기준도 올려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그리고 8월 25일, 금융당국이 300억 원으로 올리는 시기를 미루는 안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줄을 세워 봤습니다

그래서 코스닥에 있는 회사를 시가총액으로 모두 줄 세워 봤습니다. 8월 28일 종가 기준입니다. 껍데기 회사인 스팩을 빼면 천칠백스물아홉 곳입니다. 지금 기준인 200억 원에 못 미치는 곳은 백스물두 곳입니다. 내년 1월 기준인 300억 원으로 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걸리는 곳이 모두 삼백삼십팔 곳으로 늘어납니다. 다섯 곳에 한 곳입니다. 특히 200억에서 300억 사이가 두껍습니다. 이 구간에만 2백 곳이 넘습니다. 넉 달 안에 이 회사들이 시가총액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표결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확인해 봤습니다. 국회 의안 기록을 모두 세었습니다. 13만 건이 넘습니다. 그중에 이름에 상장폐지가 들어간 법안은 몇 개일까요. 하나도 없습니다. 이 문턱은 법률이 아닙니다. 자본시장법 390조가 거래소에 맡긴 몫입니다. 거래소가 상장규정을 만들고 금융위원회가 승인하면 그것으로 정해집니다. 국회를 거치지 않습니다.
법이 아니어서 빨랐습니다

세면서 가장 눈에 걸린 것은 속도였습니다. 일정을 여섯 달 앞당긴 것도 국회 없이 됐고, 지금 그것을 다시 미루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국회 없이 됩니다. 규칙을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빨리 되돌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삼백삼십팔 곳의 자리가 걸린 문턱인데, 그 높이는 표결이 아니라 승인으로 정해집니다. 시한을 세실 때는 그 시한 자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