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가 49,354번, 법률 셋 중 둘이 남에게 넘긴다
한눈에 — 국회 의안 기록 13만 건을 다 뒤져도 이름에 상장폐지가 든 법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부처가 정하는 훈령과 예규와 고시는 24,127개입니다.
지난번에 본 것

지난번에 코스닥 상장폐지 이야기를 하면서 한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국회 의안 기록 13만 건을 다 뒤져도 이름에 상장폐지가 든 법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기준은 한국거래소가 만들고 금융위원회가 승인합니다. 자본시장법 390조가 거래소에 맡긴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그 법만 그런 걸까요.
예외인지 구조인지

그래서 법령 자료를 열어 봤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와 있는 것을 종류별로 세면 이렇습니다. 법률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합친 것을 현행법령이라고 합니다. 모두 5,600개가 넘습니다. 부처가 정하는 훈령과 예규와 고시는 24,127개입니다. 지방의 조례와 규칙은 161,142개입니다. 국회가 만드는 쪽보다 그렇지 않은 쪽이 훨씬 많습니다.
법률을 열어 봤습니다

그중 법률만 따로 보겠습니다. 현행 법률은 2,489개입니다. 그 안의 조문은 11만 개가 넘습니다. 여기에 시행령 1,979개와 시행규칙 1,133개가 딸려 있습니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고 시행규칙은 장관이 정하는 부령입니다. 둘 다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습니다.
넘긴 횟수를 세었습니다

법률 조문을 한 줄씩 훑어서 문구를 세었습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말이 몇 번 나올까요. 49,354번입니다. 부령으로 정한다가 16,127번입니다. 조례로 정한다가 2,340번, 총리령으로 정한다가 1,540번입니다. 이 말이 나오는 자리마다 그 내용은 법에 안 적혀 있습니다. 어디에 적힐지만 적혀 있습니다.
셋 중 둘

그럼 이런 법이 얼마나 될까요. 현행 법률 2,489개 가운데 무언가를 한 번이라도 넘긴 법이 1,637개입니다. 66퍼센트, 셋 중 둘입니다. 대통령령에 넘긴 법만 1,540개이고 부령에 넘긴 법이 923개입니다. 한 법이 여러 곳에 넘기기도 합니다.
법을 읽어도 다 알 수 없습니다

세면서 가장 눈에 걸린 것은 이 숫자가 폭이지 깊이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의 위임이 열 번보다 클 수 있습니다. 위임이 나쁘다는 말도 아닙니다. 세상이 빨리 바뀌니 법에 다 적어 두면 고칠 때마다 국회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어떤 규칙이 내 삶에 닿을 때, 그것이 국회를 거친 것인지 아닌지는 알아 두면 좋습니다. 법을 다 읽어도 답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