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블로그 데이터 블로그
DATA BLOG
경제2026년 09월 03일·45분 분량·원자료 직접 집계

홈플러스는 왜 이렇게 됐나 — 7.2조에 사서, 자산 4조를 팔았다

광고

1997년 대구 1호점 · 정점 매출 8조9,298억 · 5년 누적 적자 2조7,341억 · 어제 회생계획 인가

2026년 9월 2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와 주주 100%, 회생채권자 75.9%가 찬성했다. 두 달 전만 해도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던 회사다. 청산은 일단 피했다.

29년 전 대구에서 시작한 회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로 따라가 본다. 결론을 먼저 적으면 이렇다. 7조2,000억을 주고 산 주인이, 10년 동안 자산 4조를 팔았다. (2026년 9월 3일 기준)

1. 1997년, 대구에서 시작했다

연도
1997년 9월삼성물산, 대구 북구 칠성동에 홈플러스 1호점 개점
1999년 5월삼성물산 + 영국 테스코 50:50 합작 — 「삼성테스코」
2008년이랜드로부터 홈에버(옛 까르푸) 인수 → 점포 급증
2011년사명을 홈플러스로 변경

※ 자료: 홈플러스 연혁 및 공개 자료.

의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구였다는 점이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 산업단지 재개발 부지(옛 대한방직·제일모직 공장터)에 문을 열었다. 다른 하나는 영국 테스코와의 합작이다. 삼성의 유통망에 테스코의 하이퍼마켓 운영 방식이 얹혔다.

2008년 홈에버 인수로 점포가 한꺼번에 불어나면서 이마트에 이은 확고한 2위가 됐다. 그 자리를 15년 넘게 지켰다.

2. 정점 — 9조를 눈앞에 뒀다

9조를 눈앞에 두고 절벽이 시작됐다 홈플러스 연간 매출, 조 원 6.36 7.35 8.33 9.32 8.93조 2013 2014 6.75조 2015 자료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연도홈플러스 매출
2013년8조 9,298억 원
2014년8조 5,682억 원
2015년6조 7,468억 원

※ 자료: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2015년은 MBK파트너스 인수 회계연도.

2013년이 정점이었다. 연결 기준으로 9조에 육박했다. 당시 이마트가 11조대였으니, 국내 대형마트 2위이면서 이마트를 바짝 뒤쫓던 회사였다. 롯데마트(약 6조)보다 3조가 많았다.

그리고 MBK파트너스에 넘어간 뒤로 매출 8조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3. 그때, 쿠팡이 지나갔다

여기가 갈림길이다.

홈플러스가 멈춰 선 자리를 쿠팡이 지나갔다 연간 매출, 조 원 · 두 회사를 같은 축에 놓았다 0 16 31 47 7 2019 14 2020 22 2021 27 2022 32 2023 41 2024 7 쿠팡 홈플러스 6년에 6배 자료 각 사 감사보고서·공시
연도쿠팡홈플러스
2019년약 7조약 7조
2020년13조 9,235억약 7조
2021년22조 2,257억약 6.9조
2022년26조 5,917억약 6.7조
2023년31조 8,298억약 6.9조
2024년41조 2,901억약 7조

※ 자료: 각 사 감사보고서·공시. 두 회사를 같은 축에 놓았다.

2019년에는 둘이 나란히 7조였다. 5년 뒤 쿠팡은 41조가 됐고 홈플러스는 7조 그대로다. 쿠팡이 6년에 6배가 되는 동안, 홈플러스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그림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흔히 「온라인에 밀렸다」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밀린 게 아니라 따라가지 않은 것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온라인(SSG)에, 롯데는 롯데온에 돈을 넣었다. 홈플러스는 그 시기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4. 2015년, 주인이 바뀌었다

7.2조에 샀는데 4.3조가 빌린 돈이었다 2015년 MBK파트너스 인수 구조, 조 원 7.2조 인수가 4.3조 차입금 국내 M&A 사상 최대 자료 당시 인수금융 공시 및 보도
2015년 인수금액
인수가7조 2,000억 원
그중 차입금4조 3,000억 원

※ 자료: 당시 인수금융 공시 및 보도.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

영국 테스코가 본국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흔들리면서 해외 알짜 자회사를 팔았다. 사겠다고 나선 곳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였다.

문제는 구조다. 7조2,000억 중 4조3,000억이 빌린 돈이었다. 이걸 차입매수(LBO)라 한다. 산 회사의 자산과 현금흐름으로 인수 빚을 갚는 방식이다. 즉 인수되는 순간부터 홈플러스는 자기를 산 돈을 자기가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일앤리스백이 뭔가? A. 갖고 있던 건물을 팔고, 그 건물을 다시 빌려 쓰는 것이다. 목돈이 한 번에 들어오지만 그 다음부터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한다. 내 집을 팔고 그 집에 월세로 사는 것과 같다.

Q. 사모펀드가 사면 원래 이렇게 되나? A. 항상 그렇지는 않다. 다만 차입매수는 빚을 회사에 얹는 구조라, 인수 뒤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으로 현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가 뒤로 밀리기 쉽다.

Q.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다 끝난 건가? A. 아니다. 인가는 계획대로 갚아 나갈 자격을 얻은 것이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다시 폐지될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7월 3일 한 번 폐지 결정이 났었다.

Q. 협력업체는 돈을 다 받나? A. 「100% 변제」가 계획이지만 시점이 문제다. 316개 협력사는 5년 거치 뒤 6~9년차에 나눠 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절반 가까이가 10년 뒤 돈이다.

Q. 홈플러스 상품권·포인트는? A. 회생절차 중 채권으로 처리된다. 계획 인가 이후 조건은 회사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5. 10년 동안 자산 4조를 팔았다

10년 동안 자산 4조를 현금으로 바꿨다 MBK 인수 후 자산 유동화 내역, 조 원 1.80조 부동산 매각 1.23조 세일앤리스백 0.49조 유휴자산 0.39조 리스보증금 합계 약 4조 자료 홈플러스 공시 및 보도 종합
유동화 방식금액
부동산 직접 매각1조 8,000억 원
세일앤리스백1조 2,260억 원
유휴자산(점포·물류센터 부지)4,850억 원
리스보증금 유동화3,850억 원
합계약 4조 원

※ 자료: 홈플러스 공시 및 보도 종합.

매각 후 재임대한 점포가 65개, 전체의 52%다. 절반 넘는 점포가 「남의 건물」이 됐다.

대가는 임대료다. 2023년 3월부터 1년간 리스부채로 나간 현금이 4,516억 원이다. 같은 해 영업손실이 1,994억 원이었다. 임대료만 없었어도 흑자였다는 뜻이다.

팔린 점포 중에는 알짜도 있었다. 부산 가야점은 2021년 당시 전국 매출 5위·부산 1위 점포였는데 3,500억 원에 팔렸다. 본사가 있는 강서점도 2,150억 원에 팔고 다시 빌렸다.

광고

6. 적자는 해마다 커졌다

적자는 해마다 커졌다 홈플러스 당기순손실, 억 원 -372억 2021 -4,458억 2022 -5,743억 2023 -6,758억 2024 5년 누적 2조7,341억 자료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연도영업손실당기순손실
2021−1,335억−372억
2022−2,602억−4,458억
2023−1,994억−5,743억
2024−3,142억−6,758억

※ 자료: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회계연도는 3월~다음해 2월. 5년 누적 적자 2조 7,341억 원.

4년 연속 적자다. 그리고 당기순손실이 영업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 2024년은 영업에서 3,142억을 잃고, 최종적으로 6,758억을 잃었다. 그 차이가 이자와 임대료다.

자본총계는 1조 4,857억 원에서 2,391억 원으로 83.9% 줄었다.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형마트로는 처음이었다.

7. 점포가 사라지고 사람이 나갔다

점포는 3분의 1이, 사람은 3,474명이 사라졌다 2025년 2월 → 2026년 4월 104 점포 (당시) 67 점포 (현재) 직원 19,924 → 16,450명 자료 홈플러스 구조조정 계획
2025년 2월2026년 4월
점포104개67개
직원19,924명16,450명

※ 자료: 홈플러스 구조조정 계획. 직원 3,474명(17.4%) 감소, 연 인건비 약 1,600억 절감.

점포의 3분의 1이 없어졌다. 정리 대상 41개 중 19개는 2026년 안에 문을 닫는다. 밀양처럼 홈플러스가 지역의 유일한 대형 유통시설이던 곳도 있었다.

8. 상인들이 못 받은 돈, 7,900억

가장 아픈 대목이다.

못 받은 돈이 7,900억이다 홈플러스 미지급 채무, 억 원 (2026년 5월 31일 기준) 7,900억 상거래 공익채권 4,100억 미지급 납품대금 업체당 평균 7.7억 자료 중소기업중앙회·업계 집계
항목금액
미지급 상거래 공익채권7,900억 원 (2026년 5월 31일 기준)
미지급 납품대금4,100억 원
업체당 평균7억 7,400만 원

※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 및 업계 집계.

중소기업중앙회가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사를 조사했더니 76.7%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큰 애로는 원부자재·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85.3%), 다음이 운영자금 부족(65.3%), 인건비 지급 지연(24.7%)이었다.

한 업체당 평균 7억7,400만 원이 묶였다. 중소기업에 7억7천만 원은 회사의 존폐가 걸린 돈이다. 실제로 직원 급여와 원부자재 매입조차 못 하는 업체가 나왔다.

그리고 「100% 변제」라는 말에는 조건이 붙는다. 316개 협력사는 5년 거치 뒤 6~9년차에 나눠 받는 구조로 알려졌다. 받기는 받는데, 절반 가까이가 10년 뒤 돈이다.

9. 어제, 문턱을 넘었다

어제, 문턱을 넘었다 2026년 9월 2일 관계인집회 찬성률, % 100.0% 담보권자·주주 75.9% 회생채권자 법정 요건 66.7% 자료 서울회생법원
2026년 9월 2일 관계인집회찬성률
담보권자·주주100%
회생채권자75.9%

※ 자료: 서울회생법원. 회생채권자조 의결권 2조4,816억 중 1조8,837억 찬성. 법정 요건은 담보권자 75%·채권자 66.7%·주주 50%.

여기까지 오는 길이 아슬아슬했다.

시점
2025년 3월기업회생절차 신청 (대형마트 최초)
2025년 11월 26일본입찰 마감 — 입찰서 0건, 매각 무산
2026년 6월 22일NS홈쇼핑(하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206억에 인수
2026년 7월 3일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 (운영자금 2,000억 확보 실패)
2026년 7월 16일MBK·메리츠금융 합의 — 김병주 회장 보증 전제 2,000억 DIP 대출
2026년 7월 21일법원, 즉시항고 인용 → 폐지 결정 취소
2026년 8월 7일67개 점포 영업 재개
2026년 9월 2일회생계획안 가결 → 법원 즉시 인가

※ 자료: 서울회생법원 및 보도 종합.

7월 3일에 한 번 죽었다가 7월 21일에 되살아난 회사다.

10. 정리 — 숫자가 말하는 것

무엇이얼마
정점 매출 (2013)8조 9,298억
인수가 (2015)7조 2,000억 — 그중 차입 4조 3,000억
10년간 자산 유동화약 4조
연간 리스부채 지출4,516억 (2023년 기준)
5년 누적 적자2조 7,341억
사라진 점포104개 → 67개
나간 사람3,474명
상인들이 못 받은 돈7,900억

돈을 벌지 못해서가 아니라, 벌어야 할 몸을 팔아서 버틴 결과다. 자산 4조를 현금으로 바꿨지만 그 현금은 미래에 쓰이지 않았고, 팔아버린 점포에서 매년 4,500억씩 임대료가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쿠팡은 7조에서 41조가 됐다.

앞으로 볼 것 셋. ①협력사 변제가 계획대로 되느냐. 5년 거치 구조라 앞으로 5년간은 실제 돈이 거의 안 나간다. 그 사이 버티지 못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 ②남은 67개 점포에서 흑자가 나느냐. 인건비 1,600억을 줄였지만 임대료 구조는 그대로다. ③회생계획을 못 지키면 어떻게 되느냐. 인가는 자격이지 결말이 아니다. 7월 3일이 그걸 보여줬다.

마트 하나가 문을 닫는 일이 아니다. 협력사 수백 곳, 직원 1만6천 명, 그리고 그 마트밖에 없던 동네들이 함께 걸려 있다. 사모펀드가 회사를 사는 일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빚으로 사서 자산을 팔아 갚는 구조가 29년 된 2위 회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지는, 이제 숫자로 남았다.

출처

  • 홈플러스 연혁 — 1997년 9월 대구 북구 칠성동 1호점, 1999년 5월 삼성물산·테스코 50:50 합작(삼성테스코), 2008년 홈에버 인수, 2011년 사명 변경
  • 홈플러스 감사보고서 — 매출 2013년 8조9,298억·2014년 8조5,682억·2015년 6조7,468억, 영업손실 2021~2024년 1,335억·2,602억·1,994억·3,142억, 당기순손실 372억·4,458억·5,743억·6,758억, 5년 누적 적자 2조7,341억, 자본총계 1조4,857억→2,391억
  • 2015년 인수 관련 공시·보도 — 인수가 7조2,000억(국내 M&A 최대), 차입금 약 4조3,000억
  • 자산 유동화 — 부동산 직접 매각 1조8,000억, 세일앤리스백 1조2,260억, 유휴자산 4,850억, 리스보증금 3,850억(합계 약 4조), 매각 후 재임대 점포 65개(52%), 연 리스부채 지출 4,516억(2023년 3월~2024년 2월), 부산 가야점 3,500억·강서점 2,150억
  • 쿠팡 공시 — 2020년 13조9,235억, 2021년 22조2,257억, 2022년 26조5,917억, 2023년 31조8,298억, 2024년 41조2,901억
  •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150개사) — 미지급 상거래 공익채권 약 7,900억(2026-05-31), 미지급 납품대금 4,100억,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 경영 어려움 76.7%
  • 서울회생법원 — 2026년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 7월 21일 폐지 취소, 9월 2일 회생계획안 가결·인가(담보권자·주주 100%, 회생채권자 75.9%)
  • 구조조정 계획 — 점포 104개→67개, 직원 19,924명→16,450명(−3,474명, −17.4%)
  • 2019년 쿠팡·홈플러스 매출은 약 7조 수준으로 근접했으며, 홈플러스 연도별 수치는 회계연도(3월~다음해 2월) 기준이라 쿠팡(1~12월)과 기간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경제 분야의 다른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