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세력」은 실재하는가 — 1,410일을 세어 보니 답이 갈렸다
시세조종 적발은 연 16건 · 그런데 개인이 큰손과 반대편에 선 날은 97.4% · 둘은 다른 이야기다
「내 종목에 세력이 붙었다」는 말은 증시에서 가장 자주 쓰이면서 가장 불분명한 말이다. 조사해 보니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작전세력은 실재한다 — 징역 8년 판결이 났고, 6개월 만에 주가를 10배로 올린 실제 사건이 있다. 그런데 2025년 시세조종 적발은 16건뿐이다. 상장사가 2,500곳이 넘는데 16건이다. 반면 개인이 「세력이 나를 노린다」고 느끼는 순간은 훨씬 잦다 — 투자자별 매매동향 1,410일을 직접 세어 보니 개인이 외국인·기관과 반대편에 선 날이 97.4%였다.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세력」이라는 한 단어가 이 둘을 뒤섞는다. (2026년 9월 2일 기준)
1. 「세력」은 사실 세 가지가 섞인 말이다
먼저 말부터 정리해야 한다. 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셋을 부르고 있다.
| 부르는 대상 | 실재하나 | 성격 |
|---|---|---|
| A. 작전세력 (주가조작단) | 실재 | 범죄 — 자본시장법 위반 |
| B. 큰손 (외국인·기관·연기금) | 실재 | 합법적 시장 참가자 |
| C. 설명 안 되는 주가 움직임 | — | 실체가 아니라 해석 |
※ 자료: 자본시장법 및 시장 구조 정리.
A는 잡아넣는 대상이고, B는 같이 거래하는 상대이며, C는 이름표다. 그런데 대화에서는 셋이 구분 없이 쓰인다. 이 글은 이 셋을 숫자로 갈라 본다.
2. A는 실재한다 — 판결로 확인된다
먼저 「세력은 음모론」이라는 반대편 주장부터 무너뜨리자. 실제 판결이 있다.
법정 증언으로 드러난 한 사건의 구조는 이렇다.
| 항목 | 내용 |
|---|---|
| 구성 | M&A 기업사냥꾼(주도) · 상장사 최대주주 · 명동 사채업자 · 주식꾼 · 증권사 직원 |
| 표적 | 코스닥 소프트웨어 업체 — 유통물량이 30%뿐 |
| 자금 | 초기 20억 원 → 1,000억 원 규모 (CB·BW 발행, 다단계 투자설명회) |
| 수법 | 통정매매·허수주문, 허위 매출장부, 매일 2%씩 야금야금 |
| 개미 유인 | 전국 투자설명회, 정부 관계자 참석시켜 신뢰 조작, 수익 통장 실물 제시 |
| 처벌 | 주범 징역 8년·6년·5년, 공범 2~3년 |
※ 자료: 이투데이 「나는 주가조작 세력이었다」 — 법정 증언 기반.
6개월 만에 3,000원이 32,000원이 됐다. 10배가 넘는다. 이건 소문이 아니라 형사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다.
한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 유통물량이 30%뿐인 종목을 골랐다. 시중에 도는 주식이 적으면 적은 돈으로 가격을 만들 수 있다. 이 조건이 뒤에서 다시 나온다.
3. 걸리면 얼마를 토해내나
| 적발 사례 | 부당이득 |
|---|---|
| 주가조작 적발 | 약 1,000억 원 |
| 대형 작전세력 (2024년 초~) | 약 400억 원 |
| 시세조종 건당 평균 | 14억 원 |
※ 자료: 금융감독원·합동대응단 발표.
건당 평균 14억이다. 큰돈이지만, 뒤집어 보면 이것이 「전 종목에 세력이 깔려 있다」는 그림과는 다른 규모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식 「세력」이 정말 있나? A. 작전세력(주가조작단)은 실재하며 형사처벌 대상이다. 다만 2025년 시세조종 적발은 16건으로, 대부분의 종목과는 무관하다.
Q. 외국인·기관도 세력인가? A. 아니다. 합법적인 시장 참가자다. 오히려 일평균 매매 규모는 개인이 더 크다(개인 5,997억, 외국인 4,426억).
Q. 왜 내가 사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나? A. 개인이 외국인·기관과 반대 방향으로 매매한 날이 1,410일 중 97.4%다. 누군가 사면 누군가는 파는 것이 거래의 구조라, 개인에게는 늘 반대편에 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Q. 적발 16건이면 실제로도 16건인가? A. 아니다. 이건 「걸린 횟수」이지 「일어난 횟수」가 아니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치로 읽어야 한다.
Q. 대형주에도 작전이 있나? A. 어렵다. 유통물량이 커서 가격을 움직이려면 감당하기 힘든 돈이 든다. 실제 적발 사례는 대부분 유통물량이 적은 중소형주다.
4. 그런데 얼마나 흔한가 — 여기서 통념이 깨진다
| 2025년 불공정거래 통보 | 건수 |
|---|---|
| 미공개정보 이용 | 58건 |
| 부정거래 | 18건 |
| 시세조종(작전) | 16건 |
| 합계 | 98건 |
※ 자료: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건수(2025년).
시세조종은 1년에 16건이다. 국내 상장사는 2,500곳이 넘는다. 「내 종목에 세력이 붙었다」는 말이 통계적으로 얼마나 드문 일을 가리키는지 보여 주는 숫자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둔다. 이 16건은 「걸린 횟수」이지 「일어난 횟수」가 아니다. 적발되지 않은 사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숫자를 상한으로 읽으면 안 된다. 다만 「모든 종목에 세력이 있다」는 통념과는 자릿수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5. 그럼 개미가 매일 느끼는 그것은 무엇인가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이다. 작전이 연 16건인데, 왜 「세력」이라는 말은 매일 쓰일까.
투자자별 매매동향 1,410 거래일을 직접 집계해 봤다.
| 주체 | 일평균 매매 규모(절대값) |
|---|---|
| 개인 | 5,997억 원 |
| 외국인 | 4,426억 원 |
| 기관 | 3,844억 원 |
※ 자료: 네이버 금융 투자자별 매매동향(코스피), 2018-12-21 ~ 2026-08-31. 직접 집계.
가장 크게 움직이는 건 개인이다. 「세력이 시장을 좌우한다」는 말과 달리, 거래 규모로는 개인이 외국인·기관보다 크다. 개미는 약자가 아니라 이 시장의 최대 거래 주체다.
6. 방향은 정반대였다
| 주체 | 누적 순매수 (2018-12 ~ 2026-08) |
|---|---|
| 개인 | +136.7조 원 |
| 기관 | −8.2조 원 |
| 외국인 | −168.2조 원 |
※ 자료: 같은 자료 직접 집계.
개인이 137조를 사는 동안 외국인은 168조를 팔았다. 8년간의 그림이다. 개인이 산 물량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넘긴 셈이다.
7. 그리고 결정적인 숫자
| 1,410 거래일 | 비율 |
|---|---|
| 개인이 외국인+기관과 반대 방향 | 97.4% (1,373일) |
| 같은 방향 | 2.6% |
※ 자료: 같은 자료 직접 집계. 개인 순매수 부호와 (외국인+기관) 순매수 부호가 다른 날의 비율.
100일 중 97일, 개인은 큰손들과 반대편에 섰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건 음모가 아니라 거래의 정의다. 주식은 누군가 사면 누군가는 판다. 시장에 참여자가 크게 넷(개인·외국인·기관·기타)뿐이라면, 개인이 살 때 그 물량을 넘기는 쪽은 나머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인의 자리에서 보면 이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내가 사면 누군가 팔고 있고, 내가 팔면 누군가 사고 있다. 매일, 거의 예외 없이. 그 반복이 「누가 내 반대편에서 나를 노린다」는 느낌을 만든다.
개미가 매일 마주치는 「세력」의 정체는, 대개 시장 구조와 자기 손실에 붙인 이름표다.
8. 그래도 조심해야 할 종목은 있다
작전이 연 16건이라 해도 0건은 아니다. 실제 적발 사례에서 반복된 특징이 있었다.
| 표식 | 왜 위험한가 |
|---|---|
| 유통물량이 적다 | 적은 돈으로 가격을 만들 수 있다 (사례는 30%) |
| CB·BW 발행이 잦다 | 자금 조달과 물량 확보 경로가 된다 |
| 최대주주가 자주 바뀐다 | 기업사냥꾼 진입 신호일 수 있다 |
| 실적 없이 테마·보도자료로 오른다 | 가격이 실체가 아니라 이야기로 움직인다 |
| 리딩방·설명회에서 이름이 돈다 | 실제 사례의 개미 유인 경로였다 |
※ 자료: 적발 사례 및 판결 내용 정리.
대형주에서 작전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유통물량이 크면 가격을 움직이는 데 감당 못 할 돈이 든다. 삼성전자를 조작하려면 얼마가 필요할지 생각해 보면 된다.
이 표는 「주의 신호」이지 「매매 신호」가 아니다. 이 조건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 종목이 작전주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정상적인 중소형주도 대부분 이 조건 일부를 갖고 있다.
9. 그래서 무엇을 보나
결론이다. 「세력」이라는 한 단어가 서로 다른 셋을 가리키고 있었다.
- 작전세력은 실재한다. 징역 8년이 나온 범죄다. 다만 연 16건이고,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의 일이다
- 외국인·기관은 세력이 아니다. 합법적 참가자이고, 거래 규모는 오히려 개인이 가장 크다
- 매일 느끼는 그 「세력」은 시장 구조다. 개인이 큰손과 반대편에 서는 날이 97.4%인 것은 작전이 아니라 거래의 정의다
앞으로 볼 것 하나. 「세력이 붙었다」고 말하고 싶어질 때, 그것이 A(범죄)인지 C(설명 못 한 움직임)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A라면 유통물량·CB 발행·최대주주 변경 같은 확인 가능한 표식이 있다. 표식이 없는데 그 말이 떠오른다면, 설명하지 못한 손실에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 구분이 다음 판단을 바꾼다.
출처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 금융위원회 통보 통계(2025년) — 불공정거래 98건, 시세조종 16건
- 금융감독원·합동대응단 — 400억 원 규모 작전세력 적발, 1,000억 원 규모 주가조작, 건당 평균 부당이득 14억 원
- 이투데이 「나는 주가조작 세력이었다」 — 법정 증언 기반 작전 구조·주가 10배·판결(징역 8년 등)
- 네이버 금융 투자자별 매매동향(코스피) 1,410 거래일 — 2018-12-21 ~ 2026-08-31, 일평균 매매규모·누적 순매수·반대매매 비율 직접 집계
- 특정 종목이나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으며, 적발 건수는 「적발된 건수」이지 「발생 건수」가 아님을 본문에 명시했다